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솔직히 배신감을 느꼈다.
이 책으로 종종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삶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배우기도 했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제목 역시 너무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해 좋아했었다.
스님이라도 인간이기에 완전한
무결함을 기대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분이 스님으로써
하시는 말씀들을 들으며
불교가 참 삶에 많은 곳을
현실적으로 헤아려 주는구나
하며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렇게 그 분이 쓰신 책들은
모두 구매하고 읽었으며
강의를 종종 찾아 듣기도 했다.
심지어 이른 아침 새벽
종종 마음이 혼란스러울때면
그의 책의 아무 페이지를
펼쳐네 나오는 구절들을 읽어가며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얼마 전 무소유가 아닌 풀 소유의
라이프 스타일이 밝혀지며 그는
어떠한 해명도 없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종교에 몰두할것이라 했다.
차라리 깔끔하고 해명도 하고
사과도 했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나는 오늘 다시 그의 책을
어느 때처럼 펼쳐 보았다.
똑같은 책 똑같은 글이었지만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 책은 거기 있지 않았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자를 읽을 때마다
알수없는 허탈함이 느껴질 뿐이었다.
문득 책이라는 이 종이와 글자 속에도
작가가 깃들여져 함께 오기에 작가를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같은 책도 다르게 느껴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에 대해 콩깍지가
벗겨져 버리듯 더 이상 나에게 그 책은
어떠한 위로도 감동도 주지 못했다.
좋은 책은 좋은 작가가 만드는 것일까.
책이 무슨 죄냐 싶어 일단 있던 자리에
다시 꽂아 두었다. 언제쯤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지는 모르겠다. 마음속의
배신감이 사그러 들 때쯤이 될까?
혹은 영혼 없이 팔기 위해 써놓은
달달한 소리들이라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저 책은 결국 버려지게 될 것인가.
아직은 그런 단호박 결정을 내리기엔
내가 그의 책들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책이라는 것 그냥 글자를 모아논 종이가
아닌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의
마음이 깃들여져 있는 것 같다.
그는 멈추었다.
그는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그를 초심의
마음으로 돌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때까지 일단 책은
책장에 보류해 두기로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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