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는 개학이 9월입니다. 9월에 새 학년 새반 새 친구 들을 만나게 되지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학부형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대믹으로 아이와 집콕으로 집에서만 씨름을 해오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니 엄마로서 바빠짐과 동시에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여유가 함께 생기게 되네요. 유모차 몰고 이곳저곳 함께 하루 종일 했던 시간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학교 간다고 교복 입고 문 앞을 나서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확실히 이제 유치원은 아닌가 보다 싶은 게 아직 만 4살인데 알파벳 쓰기를 가르칩니다. 한국에선 한글 쓰기를 더 빨리 배울까요? 개인적으로 어릴 땐 열심히 노는 게 최고라 생각해서 그런지 꼬꼬마 손으로 알파벳 쓰기 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요. 솜털 머리에서 우유냄새가 풀풀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숙제한다고 색연필을 붙잡고 글씨 쓰기 연습하는 모습 보면 웃음이 나오네요.
세계적으로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영국의 교육열도 정말 만만치가 않아요. 좋은 공립학교를 보내기 위해 부모들은 타깃으로 하는 학교 캣치 먼트에 들어가는 집이 맘에 안 들고 비싸더라고 일단 아이를 위해 그 집에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좋은 사립 역시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보내고 싶은 부모들이 많아 입학 희망자가 치열한 곳은 심지어 3살 4살 때 간단한 입학 심사를 거쳐 학교에 의해 선택되어야 입학이 가능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너써리 ( 유치원 ) 혹은 어떤 학교가 어디가 좋은지 등등 영국 엄마들의 열띤 토론과 정보 교환이 시작됩니다. 심지어 전 운동하러 갔다가 운동하러 모인 엄마들이 하루 종일 학교 이야기만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지요. 이곳도 정말 학구열이 뜨겁습니다.
영국 날씨는 변덕이 심한데 요즘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구름도 없는 좋은 가을 날씨를 보여주네요. 이 가을 아이가 입학을 하면서 엄마인 저에게도 새로운 인연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바로 같은 학교 학부형들이죠. 첫 몇 주는 좀 낯설고 어색했지만 이제 몇 주째 매일 학교 앞에서 보고 나니 서로 조금씩 익숙해지는 느낌입니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커피 타임 등을 통해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도 하고 정보 교환을 하기도 해요. 학부형으로 만났지만 서로 성격도 잘 맞고 코드도 잘 맞는 엄마들이 있다면 나중에 방학 때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아갑니다. 저도 아이 덕분에 아이의 유치원 등에서 몇몇 좋은 엄마들과 친구가 되어서 요즘도 종종 식사를 함께하곤 합니다.
얼마 전엔 동네의 같은 학교의 엄마가 집에 초콜릿이 많이 들어왔다며 나눠 주고 싶다고 초콜릿 선물을 주었어요. 가끔은 기대하지 않았던 이런 소소한 친절함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타국에서 항상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가끔 이웃들이 보여주는 친절한 마음들 덕분에 나도 이 커뮤니티 안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건 타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겐 참 귀하고 감사한 것인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좋은 영국 가을 날씨를 즐겨보려고 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끼리 우스개 소리고 영국은 2 계절이다 라고 할 만큼 덥거나 춥거나 인데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가을 날씨입니다. 곧 이곳저곳에 예쁜 단풍잎들이 보이기 시작하겠죠.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상의 여유가 모두에게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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